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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에 대해 모르고 지나쳤던 몇 가지
하루에 한 끼 이상 밥만 챙겨 먹어도 다이어트가 된다, 밥을 먹으면서 환경 알레르기를 이겨낸다, 현미밥으로 공해와 중금속 오염에서 벗어난다, 밥을 먹으면 성인병을 예방한다 등등 세계 곳곳에서는 쌀과 다이어트, 쌀과 두뇌, 쌀과 성인병 등 쌀의 가치를 조명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쌀이 주식인 우리 문화에서는 연평균 2.4%씩 쌀 소비량이 감소되는 등 쌀이 찬밥 신세인 동안 비만과 당뇨 등 서구식 식단의 위험에 노출된 서양에서는 쌀의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를 ‘세계 쌀의 해’로 정하고 ‘쌀은 생명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쌀을 인류의 삶을 지탱해줄 새로운 시대의 식량으로 연구하고 있다.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쌀의 가치, 이제는 우리도 쌀에 주목할 때이다.
쌀에 대해 모르고 지나쳤던 몇 가지
쌀로 하는 다이어트
2004년 봄,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전해졌다.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 쌀’이 곧 나온다는 것. 농업진흥청에서 재배 안정성 시험을 거쳐 출시를 앞두고 있는 ‘고아미2호’라는 이 쌀은 식이섬유가 보통 쌀보다 2~3배 많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전분으로 되어 있어서 비만을 억제하고 당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항암 효과가 있는 쌀, 키 크는 쌀, 심장에 좋은 쌀’ 등 아주 구체적인 건강 효과를 내건 기능성 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한편 밀가루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라이스 다이어트’가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같은 양을 먹어도 상대적으로 포만감이 높은 쌀의 장점을 이용한 것으로 미국의 명문대인 듀크대 부설기관에서 운영하는 ‘라이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이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한 일환으로 쌀 중심의 식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는 경제가 성장하고 식생활이 서구화·다양화·간편화되면서 주식인 쌀이 점차 외면을 당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이 1997년 102kg에서 2003년 83kg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와 동시에 성인병 발병률은 증가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니 그 상관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슐린과 혈당에 큰 영향 없어 당뇨에도 적절
우리 식생활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쌀의 영양성분을 보면 주성분인 당질(대부분이 전분)이 75~80% 정도를 차지하고 다음은 단백질이 6~8%, 지방·섬유질·회분이 1~3%이며 이 외에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현미에는 다양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 토코트리에놀(Tocotrienol), 피트산(Phytic Acid), 헤미셀룰로오스(Hemicellulose), 가바(GABA), 감마-오리자놀(γ-Oryzanol) 등 여러 가지 기능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쌀의 주성분인 전분은 우리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일반적으로 전분을 섭취하면 일정 시간 혈당량이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하면서 공복 상태의 농도를 유지하는데 증가 패턴이 너무 급격하면 체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쌀은 서구식 식생활에서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인 밀이나 감자와 비교해볼 때 비만과 당뇨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정상인에게 쌀밥과 감자, 식빵을 각각 섭취시킨 후 식후 혈당 및 인슐린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더니 쌀밥을 섭취한 경우가 식빵, 감자에 비해 식후 인슐린 분비 및 혈당이 훨씬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쌀밥은 인슐린 분비를 과다하게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체지방 합성과 축적을 억제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고, 혈당량을 급격히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에 당뇨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한동안 쌀이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이유는 바로 백미 때문이다. 벼에서 껍질인 왕겨를 벗겨낸 것이 현미, 또다시 현미의 외피층을 깎아낸 것이 백미인데 도정 과정에서 대부분의 영양소가 함유된 쌀눈이 깎여 나가면서 원래 쌀이 가진 영양성분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100% 흰쌀밥은 ‘생명 없는 음식’이란 오욕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사람들은 현미 및 잡곡 섭취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암 예방과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
흔히 식이섬유하면 채소나 과일을 떠올리는데 쌀도 식이섬유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현미에 함유되어 있는 식이섬유인 헤미셀룰로오스는 체내에 쌓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헤미셀룰로오스가 효소 처리되면서 생기는 아라비녹시란(Arabinoxy-lane)은 면역력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쌀 식이섬유의 일종인 피트산(IP6)도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유방암과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쌀에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가가 높은 양질의 단백질로 체내에서 이용 효율도 높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를 줄여준다. 흰쥐에게 각종 식이 단백질을 먹여가며 사육한 다음 혈액 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인지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 쌀 단백질 투여군은 카제인(Casein)·생선 단백질·콩 단백질 등의 투여군에 비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고(高) 콜레스테롤이나 고중성지방 혈증을 나타내는 사람에게 미강유(쌀겨에서 추출한 기름)를 한 달간 섭취시킨 임상시험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농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현미에서 분리한 토콜(Tocol) 농축물이 고 콜레스테롤을 섭취한 흰쥐의 혈액 및 간장에 있는 콜레스테롤 함량을 감소시키고 체내 과산화 지질 함량을 감소시킨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쌀에는 항산화·혈압강하·항돌연변이 효과 등의 연구결과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다양한 효능이 기대된다.
서양에서 쌀밥 식사를 주목하는 이유
위에서 언급한 쌀이 지닌 우수한 기능들이 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식으로 매일 먹는 쌀을 통해 이러한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특히 우리의 식생활에서 밥은 김치와 된장국은 물론 생선, 육류 등 어떠한 반찬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식단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식품의 부족한 영양소를 서로 보완해줄 수 있어서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서양식 식생활은 식이섬유가 적고 지방·콜레스테롤·설탕 섭취량이 높아서 순환계 질환과 암, 당뇨 같은 성인병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 역학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서양 선진국에서는 자국 국민의 식생활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 설탕 섭취량을 줄일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쌀밥, 생선, 채소, 된장국으로 이루어진 쌀밥 중심의 식사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또 사람은 보통 일정한 포만감을 느껴야 먹는 행위를 멈추게 되는데 쌀밥 위주로 식사를 하면 서양식에 비해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쌀밥 식사를 다이어트식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인의 식생활은 당질, 지방, 단백질의 섭취비율이 거의 이상적인 상태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적인 비율일 뿐 지방열량 섭취비율이 25% 이상을 넘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르며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쌀을 토대로 한 우리의 전통 식생활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서양에서처럼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의 섭취량을 줄이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햄버거와 피자에 길들여지고 있는 동안 서양에서는 쌀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만, 성인병 등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들은 쌀 위주의 식사를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왜 쌀인가? 쌀, 그 안에 숨겨진 가치들을 공개한다.